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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서비스 시장과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

 

   마지막 사례로 가사서비스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모델로 대안을 만들고 있는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을 살펴본다. 

 

가사서비스 시장의 현황


   가사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12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 중에서 ‘대리주부’, ‘청소연구소’ 등의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를 넘어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거 인력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받던 시기보다 편리해졌지만, 가사노동자들의 처우는 오히려 악화된 측면이 있다. ‘행복한 돌봄 협동조합’ 안창숙 이사장은 “기존 4시간, 8시간으로 나뉘던 근무시간이 2시간, 3시간으로 파편화되고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시간당 단가는 더 낮아졌다. 여기에 플랫폼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율이 기존 인력사무소 대비 높다. 카드 결제 수수료까지 더해지면서 가사근로자의 수입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설명한다. 실제 가사서비스 플랫폼들의 수수료는 20~30%에 달하며, 가사노동자에게 수수료를 정확히 알리지 않는 경우까지 있다.

 

 

《더스쿠프》, 그림자처럼 일만 하라네… 이모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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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 뉴스》, "3만원 줬는데 중개료 30%?" 청소앱 수수료 과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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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의 플랫폼 사업 도전

 

한국가사노동자협회에서 라이프매직케어로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은 이러한 상황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 설립되었다. 자체 플랫폼 ‘우렁각시’의 수수료는 카드수수료를 포함해 국내 최저인 10%다. 지역별로 설립된 협동조합들이 지사로 가입해 마케팅과 사업을 맡고, 본사가 플랫폼 관리와 가사노동자 교육 등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다. 

 

   라이프매직케어의 설립 과정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업앤고와 비교할 수 있다. CFL 등의 지역 NGO가 가사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업앤고 설립을 지원했다면, 라이프매직케어는 원래 IMF 경제위기 직후부터 활동해오던 ‘한국가사노동자협회’의 가사서비스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아 설립되었고, 기존의 사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사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이로운넷, “가사서비스 열악한 노동문제, 플랫폼협동조합으로 해결하겠다”, 2019.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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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라이프매직케어는 업앤고나 에바에 비해 재정적 지원을 적게 받았다. 최영미 대표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에서2018~2020년 총 3억원의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지원금’을 받았다. … 그 밖의 지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기존 사업이 있었다 해도 본사 규모를 확대하고 플랫폼을 개발하기에 충분한 금액은 아니다. 다만 긍정적인 측면은 경기도 지원금의 사용 방식이 자유로운 편이었다는 점이다. 최영미 대표는 “1억원 이내에서 전문인력 인건비를 지출하고, 그 밖의 금액은 사업비로 지출할 수 있었다. 이를 활용해 인력을 새로 고용하고 우렁각시 앱도 업그레이드했다. 다른 보조금이나 지원금에 비해 획기적인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쿱사이클이 파리시에서 받은 지원금 역시 사용에 제한이 없었기에 규모는 작지만 실효성 있는 방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영미 라이프매직케어 협동조합 대표 인터뷰〉, 2020. 11. 13
 - 이세현 번역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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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로 플랫폼 개발했지만 어려움 많아

   우렁각시 플랫폼은 어떻게 개발되었을까? 에바와 쿱사이클이 자체 역량으로 플랫폼을 개발한 것과 달리 라이프매직케어는 본사가 위치한 부천 지역의 소규모 업체에 개발을 의뢰했다. 최영미 대표는 우렁각시에 대해 “상당히 고민이 많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몇 차례 문제가 발생해 시스템을 수정하고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인력 자체가 적다 보니 의지가 있어도 실시간 대응과 지속적인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라이프매직케어 자체 역량의 부족도 문제다. 최영미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보통 프랜차이즈 모델에서는 본사가 플랫폼 사용에 관한 대부분의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우리는 협동조합 특성상 지사에 권한이 많이 부여되는 편이다.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물건이 파손되어 배상보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등 지사에서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도 많다. 그런데 지사의 IT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플랫폼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아주 기본적인 입력 오류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좋은 플랫폼 개발을 위해  단순 재정지원보다 협력 체계 필요

   IT 노동자협동조합이 개발한 업앤고 플랫폼 사례와 관련한 권오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장의 지적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권오현 이사장은 “단순히 지원금을 받아 외주를 맡긴다고 해서 좋은 플랫폼이 개발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적 전문성과 사업 경험, 경영 전문성이 조화될 수 있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소셜섹터를 이해하는 IT 지원조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과거 슬로워크(Slowalk)가 그런 역할을 일부 맡았지만 현재는 주력 사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협력체계가 단기간에 구축될 수는 없지만, 외국의 벤처창업에서 몇 년 전부터 주목 받는 ‘기업설립 에이전시’를 참조할 수 있다.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가진 에이전시가 지분보유를 전제로 사업 아이템을 가진 창업가와 함께 스타트업을 만드는 방식이다. 사회연대경제 부문의 경우 이러한 역할을 중간지원조직이 주도해 구축하는 파트너십이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최영미 대표 역시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비영리재단이 주도해서 협동조합, NGO 등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공공 플랫폼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가사서비스만이 아니라 노인돌봄, 펫시터 등 사람을 보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사업에 적용할 수 있으니 확산 가능성은 대단히 크다.”

 

   바클레이스은행이 업앤고 설립에 재정을 지원한 것과 유사하게 민간기업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최영미 대표는 “예를 들어 KT, SKT 등이 내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퇴직자 등 전문인력 풀을 제공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에 이미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청각장애인 택시기사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소셜벤처 ‘코액터스’와 SKT의 협업이 있다. SKT가 사회적 가치 창출의 방법 중 하나로 소셜벤처 지원을 결정하고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앱 개선, 청각장애인 전용 운전자 지원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ADAS) 탑재 등으로 도움을 준 것이다(더팩트, [TF초점] 대통령도 반한 SKT '고요한 택시', '고요한 M'으로 새 출발, http://news.tf.co.kr/read/economy/1804358.htm, 2020. 7. 29). 이러한 협업은 라이프매직케어 같은 협동조합에 단순 재정지원보다 더욱 효과적인 지원방식이 될 수 있다.

 

   최영미 대표는 “‘플랫폼 협동조합’은 인기 있는 용어일 뿐 실질적 성공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사실 우리와 업앤고가 플랫폼을 개발한 시기는 거의 비슷한데, 요즘 플랫폼협동조합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모두 업앤고만 이야기한다. 일종의 사대주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사서비스 시장에서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인 만큼, 라이프매직케어에게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효과적인 협력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되어 국내에서도 플랫폼 협동조합의 대표적 성공사례가 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