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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사이클 창립자 알렉상드르 세구라 인터뷰


쿱사이클 창립자 알렉상드르 세구라(Alexandre Segura) 인터뷰

인터뷰 진행자 - 이세현 번역협동조합 이사장,  2020. 11. 6.


 


1. 테이크잇이지(Take Eat Easy) 배달노동자들과 만나 쿱사이클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배달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땠나?

- 테이크잇이지 배달노동자들은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테이크잇이지 파산 이후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테이크잇이지는 초기에 공격적 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많은 배달노동자들을 가입시켰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파산을 선언하면서 배달비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배달노동자들은 체불된 배달비를 받아내기 위한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2016년 어느 날, 그런 배달노동자 중 한 명이 라디오에 출연해 테이크잇이지의 갑작스러운 파산과 임시직 경제(gig economy)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됐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의 주요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점, 자영업자로 취급되며 불안정한 상태에서 일하게 된다는 점 등을 설명하며 플랫폼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서 안정적인 월급과 사회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관심이 생겨 페이스북 그룹에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그룹에서 활동하던 제롬 피모(Jerome Pimot)는 배달노동자들이 직접 플랫폼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한다기보다 형식은 협동조합이지만 일종의 노동조합처럼 기존의 플랫폼 기업과 노동조건에 관한 집단적 교섭을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2. 먼저 연락을 취할 만큼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나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좌파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고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2016년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밤샘 점거시위(Nuit Debout)에 참여하면서 전환점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시내 곳곳에서 점거시위를 하면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현장에 찾아갔다. 내가 웹사이트를 만들 줄 안다고 하니 디지털 행동에 관한 모임을 소개받아 참여하게 됐다. 그렇게 몇 달간 시위에 적극 참여하다가 회사 일에 점점 흥미를 잃었고, 결국 해고를 당했다.

점거시위가 한창 진행될 당시 우버가 프랑스에서 막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당시 택시기사들이 농성장에 찾아와 우버가 노동법을 피해가고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때는 플랫폼 기업들의 문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날 친척 하나가 테이크잇이지에서 배달 일을 하다가 테이크잇이지가 파산하는 바람에 일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테이크잇이지가 엄청난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고, 배달비 수입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충격적이었다. 그러다 문득 ‘나도 그런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이상 회사에서 온라인 쇼핑몰과 앱을 개발하면서 수없이 해본 일이기 때문이다.



3. 쿱사이클 플랫폼 개발은 혼자서 한 것인가, 아니면 배달노동자들과 함께 설계한 것인가?

- 초기 프로토타입 개발은 혼자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플랫폼 개발이나 배달을 해본 경험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렸다. 우버, 딜리버루 등을 사용해보면서 일종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했다. 쿱사이클 플랫폼도 식당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주문기능을 더하고 하는 식으로 하나씩 만들어갔다.

바로 사용가능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배달노동자 페이스북 그룹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반응은 그저 그랬지만 제롬은 긍정적이었다. 같이 협동조합 창업 지원기관에 가서 아이디어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때는 아직 사업전략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당장 지원을 받지는 못했지만 제롬과 정치적 성향이나 협동조합, 플랫폼에 대한 생각이 잘 맞았다. 개발을 하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제롬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1년 가량 플랫폼을 발전시켜 나가다가 2017년 벨기에 브뤼셀의 배달노동자 협동조합 몰렌바이크(Molenbike)에 연락을 취했고, 여기서 처음으로 단체 차원에서 쿱사이클을 사용하기로 했다. 몰렌바이크 역시 테이크잇이지 파산 이후 그곳에서 일하던 배달노동자들이 만든 협동조합이었다. 음식배달만이 아니라 택배도 같이 했는데, 여기에 맞게 플랫폼을 개선했다.

그리고 점거시위에서 알게 된 동료들이 15명 정도 있었는데, 각자 시간이 날 때 조금씩 도움을 주었다. 플랫폼이 잘 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만이 아니라 SNS 커뮤니케이션, 블로그 개설, 관련 기관들과의 연결이 필요한데, 경제학 전공자, 구직자, 언론인, 프로젝트 매니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도움이 되었다.


4. 플랫폼을 개발하는 동안 수입은 있었는지, 그리고 쿱사이클 차원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 2016년 회사에서 해고되었지만 2년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다른 일을 찾지 않고 쿱사이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쿱사이클 서비스를 런칭한 후에는 2019년 파리시에서 보조금 5만 유로[한화 약 6500만원]를 받았다. 사회연대경제에 관한 상금이었는데, 지원사업 로고를 웹사이트에 넣기만 하면 인건비를 포함해 용도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시에서 지급하는 다른 보조금 중에는 사업개발에만 사용해야 하는 보조금도 있다.

유럽연합 차원의 프로젝트 ‘호라이즌(Horizon) 2020’에도 선정되어 4년간 약 5만 유로를 지원받았다. 2개 이상의 국가에 있는 협동조합들이 함께 지원해야 하는데, 스페인 마드리드의 ‘라파하라(La Pajara)’와 협력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지원금 사용내역에 대해 다소 복잡한 양식에 따라 보고할 의무가 있다.

 

5. 현재의 수입에 만족하는가? 영리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한다면 수입이 훨씬 많을 텐데.

- 물론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한다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받을 수 있다. 협동조합은 프랑스 법률상 비영리조직이기 때문에 매각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도 생활에 부족하지 않고,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를 통해 대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나는 아직 젊고[만 37세], 돈보다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6. 사회연대경제 지원조직, 노동조합, 공공기관, 신용협동조합, 자선재단 등으로부터 재정적 지원 외에 다른 지원을 받았나? 

- 재정적 지원 외의 지원은 비공식적인 형태로만 받고 있다. 쿱사이클이 성장하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먼저 연락해오는 분들이 생겼다. 잘 몰랐던 경영, 회계, 대외적 소통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사회연대경제, 비영리 부문에서는 초기부터 쿱사이클을 크게 환영했다.

전통적 노동조합의 지원은 없었다. 노동조합은 임금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 주력하지 임시직 경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 물론 나는 노동조합 운동을 지지한다.

임시직 경제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노동조합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와 협력하는 스페인의 라파하라도 배달노동자들의 자율적 노동조합으로 시작했다. 쿱사이클에 많은 도움을 준 제롬 피모 역시 파리에서 배달노동자 단체를 만들었다.


7.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를 유치하고 싶은가?

- 현재 나는 보상에 만족하지만 인원을 확충하려면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회에서도 논의한 주제인데, 아직 대부분은 굳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투자를 받는 순간 투자자의 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체계에서도 여러 나라의 협동조합이 계속 가입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럽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로 확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8. 플랫폼 기업들이 불안정 노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일부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내가 볼 때 플랫폼 사업모델 자체가 그렇게 해서는 수익이 창출될 수 없는 구조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벤처캐피탈의 자본 공급이 끊긴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파업’을 하고 임금노동자와 같은 노동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그보다는 플랫폼 협동조합과 같은 대안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훨씬 낫다. 물론 배달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열악한 노동현실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의미도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다.


9. 쿱사이클 사업 현황은 어떤가? 

- 시장점유율을 따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서 역설적으로 쿱사이클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배달을 하지 않던 곳들도 생존을 위해 배달을 할 수밖에 없고, 방역을 위한 봉쇄조치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여러 도시의 협동조합들이 쿱사이클에 가입하고 있다. 10월 마지막 주에만 협동조합 4개가 추가로 가입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협동조합도 가입했다. 식당에서 먼저 쿱사이클과 계약을 하고 싶다고 연락해 오기도 한다. 지역 언론에도 자주 소개된다.

물론 자본이 부족하고 인원이 적다는 약점은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력은 운영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다. 다른 플랫폼 기업들처럼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고 SNS와 입소문으로 홍보하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플랫폼 관리는 1.5명이 책임진다. 내가 풀타임으로, 그리고 밤샘 점거시위 때부터 자원봉사로 함께해온 친구가 파트타임 코디네이터로 일한다.

그 밖에 운영에 필요한 일은 쿱사이클에 가입한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분담한다. SNS 관리, 조합원 연락, 깃허브(github)에 소프트웨어 관련 이슈를 올리는 등 여러 가지 일을 직접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아직은 조합원 사이에서 참여 수준에 차이가 많은데, 운영에 기여하는 시간에 대해 보상하는 등 공식적인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10. 쿱사이클 플랫폼 유지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는가?

- 2019년 말까지는 가입비를 따로 받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는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협동조합별로 이익의 2%를 분담하기로 했다. 일부 협동조합은 매출 자체가 적어 분담금이 부족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10월 온라인 총회 등에서 계속 논의하는 중이다. 2019년에는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처음으로 총회를 열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모이기가 어렵다.


12. 한국의 배달노동자들이 쿱사이클과 협력할 방법이 있을까?

-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로 확장할 수 있다면 당연히 환영한다. 다만 우리는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 배달로 사업을 한정하고 있다. 유럽에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가 많아서 가능하겠지만, 조합원들은 오토바이에 비해 자전거가 환경과 건강에 좋은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하며 쿱사이클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라고 본다. 이름부터 ‘사이클’이지 않나.

물론 서울처럼 대부분 오토바이로 배달할 수밖에 없는 도시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협력할지는 앞으로 내부 논의가 더 필요하다. 다만 쿱사이클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조직모델을 공유하는 등 협력할 방법은 다양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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