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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사이클 (CoopCycle) : 
웹개발자와 배달노동자가 힘을 합치다

   이번에는 유럽과 북미의 음식배달 시장에서 거대 플랫폼에 맞서 성장하고 있는 쿱사이클에 대해 살펴본다. 배달의민족 독과점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급격한 성장 속에 플랫폼 독과점 심화되는 음식배달 시장


   음식배달 시장은 배달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급격하게 성장해왔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시장이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은 배달이 가능한 음식을 더욱 많이 찾게 되었고, 식당들은 파산하지 않으려면 배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2021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처럼 급격한 성장세는 최소 1년 이상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음식배달 시장의 판도를 바꿀 대규모 인수합병이 발표되었다. 이미 국내 2위 플랫폼 ‘요기요’와 3위 플랫폼 ‘배달통’을 보유한 딜리버리히어로(Delivery Hero)가 1위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3개 플랫폼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90%를 훌쩍 넘는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지향성을 잘 보여준다. 2019년 12월 발표된 배달의민족 인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랫동안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한 끝에 2020년 11월 요기요 매각을 전제로 인수를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딜리버리히어로는 공정위 사무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공정위 전원회의의 결정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한겨레》, ‘배민’ 사들인 독일 DH “공정위의 요기요 매각 제안 거부”,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970177.html). 전원회의는 이르면 12월 9일 처음 열릴 예정이고, 설령 같은 결정이 나온다 하더라도 딜리버리히어로가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어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배달의민족 인수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독과점의 폐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미 배달의민족은 2020년 4월 1일 수수료 개편으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늘려 큰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한겨레》, [사설] ‘배민’ 수수료 논란 속 주목되는 지자체 ‘배달앱’,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35877.html). 배달의민족이 일단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앞으로 이런 사태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공공배달앱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배달 플랫폼 독과점 논란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응책이 등장했다. 서울시는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시켰다. 가맹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배달앱에 제로페이 가맹점 25만여 곳을 연결하고, 배달앱이 가맹업주 수수료를 2%대로 낮추는 방법이다(《한겨레》, 배민, 요기요 빠졌다…서울시, 배달앱 10곳과 ‘제로배달 유니온’, 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50945.html). 그러나 제로배달은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아 실효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사업에 참여 중인 한 배달앱 관계자는 “수수료가 2% 이하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되어야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데 상당히 힘든 상황입니다. … 냉정하게 평가해서는 실패했다고 봅니다”라고 평가한다(KBS NEWS, [취재후] 서울시 배달앱 ‘제로배달유니온’ 한 달…실적도 ‘제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27066).


   경기도는 2020년 4월 공공배달앱 개발에 착수한 이후 8개월 만인 12월 1일부터 ‘배달특급’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 제로배달과 유사하게 경기도 지역화폐 결제가 가능하고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한겨레》,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12월1일부터 서비스,

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70425.html). 그러나 공공기관 주도의 플랫폼이 사업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고,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플랫폼 공유하는 협동조합연합회, 쿱사이클(CoopCycle)


   배달 플랫폼에 의한 불안정 노동 확산과 독과점 경향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서도 저스트잇(Just Eat), 딜리버루(Deliveroo) 등 시장을 리드하는 플랫폼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프랑스에서 시작된 ‘쿱사이클’이다. 그간 국내에 단편적으로 소개된 쿱사이클에 대해 필자가 별도로 실시한 인터뷰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자.


〈쿱사이클 창립자 알렉상드르 세구라 인터뷰〉, 2020. 11. 6.

   -  이세현 번역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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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쿱사이클은 2016년 프랑스의 웹개발자 알렉상드르 세구라(Alexandre Segura)에 의해 시작되었다. 지역별 협동조합들이 하나의 배달 플랫폼을 공유하는 일종의 ‘협동조합연합회’ 모델이며, 2020년 11월 현재 가맹 협동조합은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등에 걸쳐 총 41개다. 이들은 세구라가 개발한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며, 지역별 협동조합의 분담금, 배달비 등 협동조합의 중요 사안을 직접 결정한다(쿱사이클 웹사이트, https://coopcycle.org/en/federation).


쿱사이클을 탄생시킨 웹개발자

쿱사이클 창립자 알렉상드르 세구라는 전자상거래 분야의 IT 업체에서 온라인 쇼핑몰 등을 개발하는 웹개발자였다. 그가 배달 플랫폼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벨기에에서 시작한 플랫폼 기업 ‘테이크잇이지(Take Eat Easy)’의 파산이었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급속도로 성장하다가 갑작스럽게 파산을 선언해버린 테이크잇이지 때문에 많은 배달노동자들은 일거리를 잃었고, 심지어 배달비를 일부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구라는 이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던 페이스북 그룹에 가입하고 소통을 시작했다. 당시 배달노동자들은 직접 플랫폼 협동조합을 만들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세구라는 일단 혼자서 플랫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바이스》, 노동자 소유 앱, 임시직 경제의 착취 해결에 나서다(Worker-Owned Apps Are Trying to Fix the Gig Economy's Exploitation) 201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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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쿱사이클의 첫 번째 특징은 배달노동자 당사자들의 요구가 있기 전에 창립자 개인이 먼저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직장까지 그만두고 쿱사이클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묻자 세구라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좌파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활동은 하지 않고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2016년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밤샘 점거시위(Nuit Debout)에 참여하면서 전환점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시내 곳곳에서 점거시위를 하면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현장에 찾아갔다. 내가 웹사이트를 만들 줄 안다고 하니 디지털 행동에 관한 모임을 소개받아 참여하게 됐다. 그렇게 몇 달간 시위에 적극 참여하다가 회사 일에 점점 흥미를 잃었고, 결국 해고를 당했다.

점거시위가 한창 진행될 당시 우버가 프랑스에서 막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당시 택시기사들이 농성장에 찾아와 우버가 노동법을 피해가고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때는 플랫폼 기업들의 문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날 친척 하나가 테이크잇이지에서 배달 일을 하다가 테이크잇이지가 파산하는 바람에 일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테이크잇이지가 엄청난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고, 배달비 수입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충격적이었다. 그러다 문득 ‘나도 그런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이상 회사에서 온라인 쇼핑몰과 앱을 개발하면서 수없이 해본 일이기 때문이다.”



   평소 협동조합 운동을 포함한 진보적 이념에 관심이 많다가 노동법 개악 반대시위를 계기로 협동조합을 위한 플랫폼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기존의 협동조합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의뢰한 것도 아니고, ‘업앤고’의 경우처럼 플랫폼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조직적 기획에 따라 IT전문 노동자협동조합이 개발을 맡은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다.


   그런데 직접 음식배달을 해본 적도, 플랫폼을 개발해본 적도 없었던 세구라에게 쿱사이클 개발은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우버, 딜리버루 등을 사용해보면서 일종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했다”고 말한다. 2016년부터 시작한 프로토타입 개발은 2017년 들어 어느 정도 사용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그러자 세구라는 벨기에 브뤼셀의 배달노동자 협동조합 ‘몰렌바이크(Molenbike)’에 연락을 취해 플랫폼 사용을 제안했고, 몰렌바이크는 흔쾌히 동의했다. 음식배달만이 아니라 소규모 택배도 병행하던 조합원들의 필요에 따라 쿱사이클 플랫폼에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가입하는 협동조합이 늘어나면서 플랫폼은 이런 식으로 계속 발전해 나갔다.


   이렇게 개발자 한 명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권오현 이사장은 필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풀스택 개발자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배달의민족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조직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슈퍼 개발자 한두 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해당 업종을 잘 아는 당사자, 기술 전문가, 지원기관이 협업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업급여와 소규모 지원금으로 초기비용 충당

   그렇다면 세구라는 플랫폼 개발을 시작한 2016년부터 쿱사이클에 상당수의 협동조합이 가입할 때까지 비용을 어떻게 충당했을까? 많은 협동조합이 초기 자본조달의 어려움으로 성장에 한계를 경험하고, 특히 플랫폼 협동조합은 막대한 개발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최대의 난제로 떠오르는 만큼 중요한 질문이었다. 세구라는 우선 “2016년 회사에서 해고되었지만 2년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다른 일을 찾지 않고 쿱사이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실업급여제도는 유럽에서도 가장 탄탄한 편으로, 급여액은 기본임금의 최대 75%에 달한다. 넉넉한 금액은 아니지만 ‘복지국가’가 협동조합 설립에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실업급여 최대 지급기간은 7개월, 월소득대체율은 5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구라 같은 개발자가 직장을 그만둔 후 특별한 지원 없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연합뉴스, KDI "실업급여 확대, 금액보다 지급기간 늘려야", https://www.yna.co.kr/view/AKR20170405072100002).


   쿱사이클은 2019년 들어 파리시와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았다. 세구라는 이렇게 설명한다.


“2019년 파리시에서 보조금 5만 유로[한화 약 6500만원]를 받았다. 사회연대경제에 관한 상금이었는데, 지원사업 로고를 웹사이트에 넣기만 하면 인건비를 포함해 용도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 유럽연합 차원의 프로젝트 ‘호라이즌(Horizon) 2020’에도 선정되어 4년간 약 5만 유로를 지원받았다. 2개 이상의 국가에 있는 협동조합들이 함께 지원해야 하는데, 스페인 마드리드의 ‘라파하라(La Pajara)’와 협력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지원금 사용내역에 대해 다소 복잡한 양식에 따라 보고할 의무가 있다.”


   쿱사이클은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이러한 지원이 규모면에서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공유경제전문가인 제이슨 와이너(JasonWeiner)변호사는 “플랫폼 협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자본 규모는 전통적인 소규모 IT스타트업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셰어러블》,https://www.shareable.net/how-innovative-funding-models-could-usher-in-a-new-era-of-worker-owned-platform-cooperatives). 일반적으로 IT 스타트업에 첫 3년간 10억원가량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볼때 현재까지 쿱사이클에 대한 지원은 그 8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쿱사이클의 설립과정을 ‘모범사례’나 ‘일반적관행’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반면 파리시의 조건 없는 지원금은 모범사례로 보기에 충분하다. 대규모 마케팅에 들어가기 전, 플랫폼 개발 초기단계에 필요한 비용은 대부분 개발자 인건비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인건비에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는 경우 지원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 거기에 지원금 사용처에 대한 증빙과 보고서 작성 등의 의무가 추가될 경우 서류작업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신대학교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장종익 교수는 필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공공부문 지원금에는 언제나 보고서 작성 의무가 따라온다. 또 지원금 사용처가 사업개발, 홍보, 컨설팅 등 항목별로 제한되어 있다 보니 정말 필요한 전문가들 인건비를 충분히 지출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회연대경제 분야의 지원방식 개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쿱사이클은 이처럼 기본적인 비용을 지원받으면서 가맹 협동조합을 점차 늘려왔고, 2019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총회 결정에 따라 2020년부터는 각자 이익의 2%를 기여해 플랫폼 관리를 포함한 연합회 전체 운영에 사용하기로 했다. 쿱사이클 스스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추가로 투자를 유치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세구라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지난 총회에서도 논의한 주제인데, 아직 대부분은 굳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투자를 받는 순간 투자자의 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쿱사이클은 마케팅에 비용을 거의 지출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와 입소문만으로도 가맹 협동조합이 늘어나고 있고, 식당에서 먼저 쿱사이클에 가입하겠다고 연락해오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대신 조금씩 성장하겠다는 전략도 쿱사이클만의 특징이다. 사회연대경제 생태계와 투자기관에서 대규모 지원과 투자를 유치해 나름대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우버와 경쟁하려는 에바(Eva)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사회연대경제 생태계의 지원 부족은 한계

   천천히 성장하겠다는 쿱사이클의 전략은 자본조달을 포함해 사회연대경제 생태계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세구라는 사회연대경제 지원조직, 노동조합, 신용협동조합, 자선재단 등의 지원이 ‘비공식적’으로만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쿱사이클이 성장하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먼저 연락해오는 분들이 생겼다. 잘 몰랐던 경영, 회계, 대외적 소통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역시 에바와 대비된다. 특히 “노동조합은 임금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 주력하지 임시직 경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만약 쿱사이클이 앞으로 효과적 경영을 위한 지원이나 ‘인내자본’ 투자 없이 개발자와 배달노동자로 구성된 내부 역량만으로 사업을 운영할 경우 ‘네트워크 효과’가 절대적인 플랫폼 시장에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의 배달노동자들과 협력할 가능성도

   쿱사이클은 이제 유럽, 북미를 넘어 남미, 아시아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쿱사이클과 함께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배달노동자가 소유하는 협동조합이어야 한다. 쿱사이클 플랫폼은 일종의 ‘디지털 커먼즈’로서, 기존의 카피레프트를 변형해 협동조합만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쿠피레프트(CoopyLeft)’ 저작권을 적용한다. 둘째, 자전거로 배달해야 한다. 세구라는 “조합원들은 오토바이에 비해 자전거가 환경과 건강에 좋은 교통수단이라 생각하며, 쿱사이클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처럼 대부분 오토바이로 배달할 수밖에 없는 도시들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내부에서 논의해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쿱사이클에 직접 가입하거나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협력할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예를 들어 ‘라이더유니온’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쿱사이클의 플랫폼을 오토바이 배달과 한국의 사정에 맞게 개량한다면 어떨까? 한국의 상황과 어떤 접점이 있을지를 염두에 두고 쿱사이클의 도전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