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사회연대경제의 역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국내외 사회연대경제 영역의 의지와 역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뉴노멀을 넘어 베터노멀의 세상으로 가는 데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사회연대경제의 본질적 특성과 실천 사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부터는 이 두 가지 지점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유엔 기구 간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 성명서
“사람 중심적이며 지구 친화적인 사회연대경제가 회복을 위한 핵심 주체”
유엔 기구 간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UN Inter-Agency Task Force on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UNTFSSE)는 2020년 6월에 포스트코로나19와 사회연대경제를 연결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UNTFSSE는 이 성명서를 통해 포스트코로나19는 “뉴노멀이 아닌 베터노멀로” 가야 하고 이를 이루는 데 “사람 중심적이며 지구 친화적인 사회연대경제가 회복을 위한 핵심 주체”라고 표명했다. 이는 “사회연대경제 기업 및 조직은 그 특성상 노동이 생산의 핵심 전략요소가 되는 재화와 서비스 생산에 특화되어”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발언권을 주는 좀 더 포용적이고 민주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사회연대경제가
1) 가장 취약한 계층의 기본권 접근성을 증진하고
2) 지역 차원의 혁신적 솔루션을 제공하고
3)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지원하고
4) 경기 대응 ‘교정수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고 설명하며 정부들에 대해 사회연대경제를 더 나은 위기 극복의 협력자로서 함께하고 지원하도록 촉구하는 것을 포함하여 4가지 요구사항을 제안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19 위기 회복을 위한 사회연대경제의 역할은 무엇인가? UNITED NATIONS INTER-AGENCY TASK FORCE ON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 UNTFSSE | |
UN 기구간 사회연대경제 태스크포스 성명서(2020. 6)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
OECD,
사회적경제와 코로나19 위기: 현재와 미래의 역할
또 OECD 역시 지난 7월 ‘사회적경제와 코로나19 위기: 현재와 미래의 역할’이란 문서를 통해 사회적경제가 코로나19 위기 회복과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더 나은 사회와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표명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 환경적 관심을 사업모형의 핵심에 두며 이윤 극대화보다 사회적 영향을 우선시하여 공동선에 복무하고 일반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개인과 공동체의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사명을 활동의 동력으로 삼으며” “과거의 위기 속에서 그 회복력을 증명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경제가 코로나19 위기와 그 이후에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영역에서 사회적 혜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경제 : 사회적경제는 특히 노동시장에서 빈번히 배제되는 취약계층을 위해 경제 활동을 자극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한편 GDP 성장에 기여함으로써 경제 개발, 특히 지역 경제 개발에 공헌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책임 있는
실천과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모형을 불어넣는다.
∙ 사회 : 사회적경제는 덜 부유한 이들에 대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통해 불평등을 줄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시민들의 활동 참여(예를 들어, 자원봉사자 또는 협동조합과 협회의 회원으로서)를 통해
사회자본과 공동체 감각을 육성함으로써 특히 지역 수준의 사회통합에 기여한다.
∙시민/개인 : 사회적경제는 종종 정부 서비스에 대한 보조 수단으로서 특히 최취약계층에 대해 기본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인적 수준에서도 혜택을 준다. 그것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지역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 지역 : 사회적경제 조직은 운영되는 지역에 강력하게 착근되어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긴급한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을 빠르게 동원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이들 조직은 또한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의 경제적·사회적 불균형을 줄이며 지역사회를 재활성화한다는 점에서 지역 및 지방 경제의 중요한
주체들이다.
사회적경제와 코로나19 위기: 현재와 미래의 역할 Social economy and the COVID-19 crisis: current and future roles - OECD 정책대응 문서(2020. 7. 30) | |
<아메리칸프로스펙트> 지,
GDP 창출이 목적이 아닌 안전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베터노멀 논의와 조금 떨어져 있어 보이는 미국에서도 <아메리칸프로스펙트American Prospect> 지가 연대경제를 통한 경제의 근본적 재구조화를 주장하고 있다. 2020년 3월 23일자의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대응 및 극복을 위한 연대 경제’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상호연대와 공공선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불평등을 줄이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면서 GDP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의 경제적·사회적·물리적 환경의 기저에 자리 잡은 불공정과 취약성을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위기는 미국에 깊이 뿌리박힌 문제들을 훤히 비추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긴급 조치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경제가 건설되고 지탱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조화하는 노력에 주목하고 이에 부응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대응 및 극복을 위한 연대 경제 Solidarity Economics—for the Coronavirus Crisis and Beyond - <아메리칸프로스펙트>(2020. 3. 23) | |
사회적경제기관 5곳 공동주관
‘코로나 위기, 사회적경제의 접근법과 역할’ 포럼
지금까지 국제기구와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위기와 사회연대경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지난 2020년 5월 14일에는 사회적경제 기관 5곳이 공동주관하여 ‘코로나 위기, 사회적경제의 접근법과 역할’을 주제로 사회적경제 포럼을, 또 7월 2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와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관하여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대전환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사회적경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5월 14일 포럼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처한 위기와 대응현황’, ‘코로나 위기 속 해외 사회적경제 분야의 활동점검’, ‘사회적 금융의 대응현황과 쟁점’ 등의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사회적경제 조직이 받은 피해 현황과 대응방안, 특히 금융 분야에서의 지원방안이 논의되었고, 이러한 피해상황 속에서도 일자리 창출, 고용유지, 지역사회 보호 등 사회적경제 조직의 강점을 활용할 방안이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고 있는 사례들에 대해서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코로나19 위기, 사회적경제기업의 생존법은? - 이로운넷 기사(2020. 5. 15) | |
2020 제12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자료집, <코로나 위기, 사회적경제의 접근법과 역할> | |
정책토론회, 한국판 뉴딜 성공 위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접근해야
7월 20일 정책토론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사회적 경제: 정책 평가와 제도개선 필요성’, ‘한국판 뉴딜과 사회적 경제: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 ‘포스트 코로나 시대, 포용사회로 도약을 위한 지방정부의 사회적경제 정책’ 등의 발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토론회에서 사람 중심 포용국가를 추구하는 한국판 뉴딜이 사회적경제와 궤를 같이하며 성공을 위해서 사회적경제 방식이 경제의 핵심원리가 되어야 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새로운 시기를 대비하기 위해서 연대와 협력,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하고 지역화의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사회적경제가 한국판 뉴딜의 성공에 역할을 하기 위해서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이 환기되었다.
“’한국판 뉴딜’ 성공,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접근하라” - 이로운넷 기사(2020. 7. 24) | |
<포스트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대전환과 사회적경제> 정책토론회 자료집 | |
사회적경제 통합학술대회
코로나 이후 사회적경제 대응방안과 사례연구
최근에 이루어진 논의들을 살펴보면 9월 25일에는 한국협동조합학회, 한국비영리학회, 사회적기업학회가 ‘코로나 이후의 사회적경제 대응방안’을 주제로 사회적경제 통합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코로나 이후의 사회적경제 대응방안과 사례연구, 농촌 경제조직으로서의 농협의 역할, 지역사회 민간자율형 예방보건 의료체계 확산 등의 발표와 논의가 이루어졌다.
제6회 사회적경제 통합학술대회 – 코로나 이후의 사회적경제 대응방안 - 한국협동조합학회 유튜브 채널(2020. 9. 25) | |
2020 사회적경제 국제포럼
‘포스트코로나 시대 사회적경제의 역할-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중심으로’
그리고 11월 11일에는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2020 사회적경제 국제포럼’이 개최되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사회적경제의 역할-기후위기와 불평등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개최된 이 포럼에서는 알렌 코어(Alain Coheur) 사회연대경제 국제포럼 공동의장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사회의 분절이 심화되고 고용과 노동이 불안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경제는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등 강한 회복력을 가지고 사회·환경적인 문제에 혁신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하며 사회적경제의 가능성을 조망했다. 포럼의 세션1에서는 순환경제의 실현에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사례로서 세계 최초로 100% 에너지 자립을 실현한 덴마크의 작은 섬 삼쇠(Samsø)의 사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내 사례 등을 발표했다. 이어서 세션2에서는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사회로 전환을 위한 사회적경제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코로나 이후 기후위기·불평등, 사회적경제의 역할과 과제는?” - 라이프인 기사(2020. 11. 16) | |
<2020 사회적경제 국제포럼 - 포스트코로나 시대 사회적경제의 역할> 자료집 | |
<생협평론>, 재난의 시대에 사회적경제가 어떤 길을 찾아가야 할까
지난 5월 15일에 <생협평론>이 마련한 ‘코로나19에 비친 사회적경제’ 좌담회는 앞의 내용들과는 좀 다른 결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길현종(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변형석(트래블러스 대표), 안인숙(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정태인(경제학자, 독립연구자) 4인이 함께 재난의 시대에 사회적경제가 어떤 길을 찾아가야 할지 과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우선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달라진 세상과 이것이 사회적경제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현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대부분 규모가 작고 영세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은 건 마찬가지였고 특히 여행업 같은 경우 휴업에 이르는 타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기금을 마련하여 충격의 영향을 덜어주기 위한 시도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는 사회적경제 분야가 맞고 있는 변화와 도전,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서는 운동으로서의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직종 간 네트워크, 지역별 네트워크를 통한 여러 사업 기회의 마련은 물론 시민사회와의 폭넓은 연합과 공통의 전선을 형성하는 새로운 흐름 형성, 국가 등 큰 담론을 넘어 지역과 동네에 기반을 둔 다양한 중심의 형성,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 시민을 추동할 수 있는 전략, 생태전환이나 그린뉴딜 등 환경 아젠다에 대한 주도적인 역할의 수행 등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생협평론> 2020 여름(39호) | |
지금까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국내외 사회연대경제 영역의 의지와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꼭 이 용어를 쓰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베터노멀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활발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사람 중심, 사회적 가치, 생태환경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연대경제의 본질적인 특성상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논의와 의견 표명만으로는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거나 더 나은 세상을 향해 한 발 더 내딛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사회연대경제 영역이 사업으로서든, 참여로서든, 운동으로서든 어떤 활동을 전개했으며 앞으로 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