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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을 넘어 베터노멀로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으로의 회복이라는
방향과 실천을 담은 베터노멀의 논의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우리 사회와 생활방식에 큰 변화가 몰려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거의 모든 공적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온라인 교육과 회의, 재택근무 및 집안생활의 증가, 지역사회와 동네로의 생활권 이동, 해외여행의 급격한 감소와 국내여행 활성화 등 우리 삶의 많은 풍경들이 그 전과는 완연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뉴노멀, 새로운 규범이 찾아왔고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말을 쏟아낸다. 이에 따라 새로운 사회적 규범, 삶의 기준을 찾아가야 한다는 논의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뉴노멀(new normal)의 재등장과 한계


   ‘뉴노멀’이라는 용어는 세계적으로 사회에 큰 변화를 준 사회경제적, 생태적 위기들이 일어난 후에 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쓰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그런 위기들로 2005년 조류독감, 2008년 금융위기, 2012년 중국의 경제침체 등이 있었다. 하지만 뉴노멀이란 용어가 문헌상에 등장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이었다.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의 1966년 SF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The Moon Is a Harsh Mistress》에 ‘뉴노멀’이 등장한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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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달세계가 지구에 대해 일으킨 독립 혁명’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기 전인 1966년 인류의 달 진출과 우주 시대의 사회상을 예측하여 유명해졌다. 자유와 인간 해방의 메시지가 히피 문화를 비롯하여 저항계 예술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고 있는 이 소설에서 한 등장인물은 달의 식민지 주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민 여러분, 요청사항은 이웃 동지들을 통해 여러분에게 도달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기꺼이 따르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제가 사임하고 삶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날을 앞당길 것입니다. 권력 당국이 없고, 감시자들이 없고, 우리를 대상으로 주둔한 군대가 없고, 통행증과 수색, 자의적 체포가 없는 새로운 규범(new normal)의 도래입니다."


   이렇게 제법 멀리 거슬러 올라 찾을 수 있는 뉴노멀이라는 말은 코로나19 팬데믹의 도래와 함께 그 사용 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주로 비대면, 온택트, 온라인, 새로운 사업기회의 창출이 대부분이다. 언택트 시대의 삶의 이면, 사업의 몰락과 실직, 고립과 정신적 와해 등 팬데믹 효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의 삶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고 효과적인 대처와 해결방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와 세계 기구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더 나은 사회로 가야 한다고 언명했지만 그 정책적 영향이 정작 시민들이 겪는 삶의 현장에까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뜻한다. 그러하기에 뉴노멀 담론이 새로운 변화를 향한 현상적 흐름에 머물지 않고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삶으로의 회복이라는 방향과 실천을 담은 베터노멀의 논의로 나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사회연대경제 증진을 위한 대륙간 네트워크,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회복의 방향 표명

   이런 필요성을 반영하여 사회연대경제 증진을 위한 대륙간 네트워크(Intercontinental network for the promotion of social solidarity economy)는 팬데믹 초기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회복의 방향을 표명했다. 사회경제적 부정의와 불평등을 점점 더 심화시키고 있는 이전의 규범(Normal)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으며 협력을 통해 사회정의, 연대, 평등, 환경정의에 기초한 뉴노멀을 구축해야 할 때가 왔고, 이를 위해 지역의 사회연대경제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제적 연대를 통한 대응이다!

- 사회연대경제 증진을 위한 대륙간 네트워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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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500명 대상 베터노멀에 대한 설문조사
- 55%, 공동체와 국가를 위한 베터노멀이 있다고 대답


   이런 국제기구들만 선도적인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오던 세계의 생활인들 역시 더 나은 세상과 규범을 바라는 열망이 컸다.

호주의 낙관주의센터(Centre for Optimism)는 지난 2020년 6월에 세계의 2,500명을 대상으로 베터노멀에 대한 설문조사(The Better Normal Research Project)를 실행했다. 이 기관의 로버트 마스터 회장(Robert Masters)은 다음과 같이 베터노멀로의 변화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가 고조되고 있음을 표현했다.


"일상(Normal)으로 돌아가자’는 문구의 위기 전략은 끝났다. 사람들은 더 나아진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신뢰가 두껍게 쌓이고 현실적 낙관성을 통해 자신감을 갖는 ‘베터노멀’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코로나19가 남긴 교훈을 기억할 것이다.”



베터노멀 리서치 프로젝트

- Centre for Optimism(202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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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중 70%가 개인적인 변화에 대한 욕구가 있었고 55%는 공동체와 국가를 위한 베터노멀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나에게 베터노멀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란 질문엔 “가족과 가까워지기, 삶의 밸런스와 속도의 안정화, 충만한 사회관계, 사회 기여에 더 많은 시간 할애, 탄소발자국 줄이기” 등으로 대답했다. ‘공동체와 국가를 위한 베터노멀은 무엇인가’란 질문엔 “작은 기업과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 이웃과의 소통과 좋은 관계, 모든 이들을 위한 번영 추구와 환경에 대한 고려 및 기후변화 방지의 필요성” 등으로 대답했다.



세계 28개국 2만1천 명 코로나19 인식조사
- 세계인 86%,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변화 간절히 바라”


   또한 3개월쯤 후인 2020년 8월 21일부터 9월 4일까지 글로벌 리서치 회사 ‘입소스(Ipsos)’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세계 28개국 16세~74세 성인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인식조사를 했다. 그 결과 세계인 86%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간절히 바라며 또한 4명 중 3명은 자신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인 86%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변화를 간절히 바라“

- <라이프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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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사무총장, 노동정책 실패 지적
“뉴노멀에 대해 자세히 검토하여 베터노멀이 되도록 노력해야”


   이런 변화는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하고 바라는 바이지만 특히 일자리와 노동, 환경 부분에서 두드러지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분야로 좁혀 베터노멀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자.

국제노동기구(ILO)의 가이 라이더(Guy Ryder) 사무총장은 2020년 5월 1일 ‘New normal? Better normal!’이란 노동절 논평에서 노동정책의 실패를 지적하며 뉴노멀에 대해 더욱 자세히 검토하여 베터노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일의 세계의 위태로움과 부당함을 드러냈다. 열 명 중 여섯 명이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비공식적 경제 노동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고 이는 유엔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관계자들이 머지않아 닥칠 기아위기를 경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가장 부유한 국가의 사회보장 시스템에도 빈틈이 존재하여 수백만의 사람들이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 안전을 보장하겠다던 약속이 무색하게 매년 약 3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업무로 인해 사망했다. 또한 커지는 불평등의 역학관계를 방치해두었다. 의료상의 관점으로 설명하자면, 만약 바이러스가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똑같이 가한다면, 돈과 권력이 없는 사람은 엄청난 차별을 받게 되는 현상을 그대로 놔둔 것이다.”


“내년 노동절이 되면 코로나 19위기의 정점은 지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팬데믹을 통해 드러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미래 일자리를 건설하는 과제가 남겨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영구적이고 더는 미룰 수 없는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인구변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베터노멀의 정의이며 2020년 글로벌 보건위기의 유산으로 남아야 할 것이다.”



뉴노멀? 베터노멀!

- ILO 논평,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2020.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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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서 ILO는 '일의 세계와 코로나19 정책 지침(Policy Brief: The World of Work and COVID-19)'을 통해 더욱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세계로의 전환을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영역에서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1.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 기업, 일자리, 소득에 즉각 지원

              2. 업무복귀에 관한 종합적 접근

              3. 환경친화적, 포용적이며, 회복력을 갖추어 사회를 복구하기 위한 양질의 생산적 일자리 창출



‘일의 세계와 코로나19 정책 지침’

- UN 지원, ILO 작성(202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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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커뮤니케이션 재단,
더 나은 회복으로서 녹색회복 촉구 기사 게재

   그런가 하면 환경 분야의 경우 일본커뮤니케이션 재단이 운영하는 Nippon.com에서는 마츠시타 카즈오(Matsushita Kazuo) 교수의 기사를 통해 더 나은 회복(Build Back Better)으로서 녹색회복에 대한 주장을 실었다.


“전 세계의 많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녹색회복’을 촉구하고 있으며 ‘발전적 재건(Build Back Better’)의 길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글로벌 기업의 CEO들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단순히 이전 상태를 회복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와 반대로 우리는 이전보다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한 체제가 작동하는 복구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세계가 팬데믹과 경제 봉쇄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탄소 없는 사회에 한층 더 근접하는 데 일조할 경제 조치를 채택할 수 있는 이상적 기회를 제공한다.”


“재건 정책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 지원, 항공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신규 건설 사업에 대한 지출 증가 등 우리가 과거 보아온 통상적인 경기 부양책에 머문다면 이들 정책이 가져올 성공은 단명하고 말 것이다. 이들 정책이 단기적으로 경제를 되살리는 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러한 정책들이 어떻게 실질적 구조 변화의 전망을 개선할지, 또는 탄소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지는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후퇴로부터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어떠한 장기적 경제 회복 정책이든 그것은 동시에 우리가 탄소 의존성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전에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갈 수 없다. 우리는 ‘뉴노멀’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 위기의 교훈: ‘뉴노멀’을 향한 더 나은 사회의 건설

- Nippon.com, 마츠시타 카즈오(2020.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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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의 베터노멀, 더 나은 회복에 대한 논의

   우리나라에서도 뉴노멀에 상응하는 베터노멀, 더 나은 회복(Build Back Better)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성균차이나브리프> 8권3호에서 손창우 연구자가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Better Normal’의 기회로”라는 제목으로 회복력 있는 도시 만들기를 주장했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종진 선임연구원은 경향신문에서 ‘더 나은 규범의 시작,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란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 시기에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만이 아니라 고용보험 제도개혁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교육 분야에서는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코로나19와 교육, 뉴노멀에서 베터노멀로’라는 제목의 포럼을 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 교육체계가 ‘더 좋은 표준(Better Normal)’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했다.



[세상읽기] 더 나은 규범의 시작,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 경향신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원(2020.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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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교육, 뉴노멀에서 베터노멀로

- 경기도교육연구원 경기교육포럼(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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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강홍렬 교수는 <라이프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공동체 복원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시대 상황에 비추어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조망하고 대안을 준비하는 것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최선의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미래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유연하게 준비하지 못하면 변화에 경직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타의와 연대로 서로를 의지하며 공동체 복원에 신경 쓰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개인과 사회 시스템 모두 톨레랑스(tolerance, 타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에 대한 존중)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미래학자가 본 코로나시대는 "리빌드(Rebuild)의 기회“

- <라이프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강홍렬 교수 인터뷰(2020.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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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베터노멀, 더 나은 회복, 리빌드 등 사용하는 용어에 차이가 있지만 뉴노멀 담론을 넘어서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꼭 그런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회 각계의 움직임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에 더욱 주목하고 연합된 힘을 발휘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실질적 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