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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활 속의 생태이야기 ③ ]

화재를 이기는 나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식물이 불에 적응한다. 먼저 불에 적응된 씨앗을 가진 식물들이 있다. 북아메리카의 아고산 숲의 주종을 이루는 로지폴 소나무(Pinus contorta var. latifolia)가 그 주인공으로 대체로 산불 이후에 잘 번식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일부 로지폴 소나무의 솔방울은 수지와 같은 물질로 밀봉되어 있는데 몇 년 동안 나무에 달려 있다가 오직 산불이 나서 수지가 녹을 때만 들어 있던 씨앗을 방출한다.


불에 자극받아야만 싹트는 유칼립투스 열매


오스트레일리아의 숲 생태계 역시 불에 적응했다. 유칼립투스와 뱅크셔 나무의 방울이나 열매는 주기적인 산불에 의해서만 물리적으로 녹는 수지로 완전히 밀봉되어 있다. 몇몇 덤불의 씨앗과 한해살이 식물은 흙 속에 수십 년 동안 묻혀 있다가 연기와 숯으로 변한 식물의 물질들로부터 화학적인 신호를 받아야 활성화되며, 이 화학적인 자극으로 인해 싹이 튼다.





알로에와 프로테아 같은 식물들은 봉우리 주위로 나무껍질의 외피나 죽은 나뭇잎 또는 축축한 조직을 두어 불이 났을 때 이들을 단열재로 활용해 열을 막아낸다. 낙엽송과 세쿼이아를 포함한 일부 나무들은 아주 두껍고 연소를 저지하는 나무껍질이 있어서 극심한 불에도 중요한 조직에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고 견딜 수 있다.


몇몇 종의 유칼립투스 나무는 들불이 자주 번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건조한 기후 조건에 적응했다. 이들은 몸통의 나무껍질 아래에 특수화된 봉오리를 보호하고 있어서 나무가 불타고 난 뒤 재빨리 새로운 잎과 줄기가 자라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일부 뱅크셔 종들과 부푼 줄기 기저부나 나무고드름(유주)이라고 알려진 땅속 목질 기관이 있는 덤불들, 또 다육질의 구근, 뿌리줄기 또는 다른 땅속줄기 등이 있는 초본식물을 포함한 몇몇 식물들은 대지 위의 드러나 있던 나무 몸체가 화재로 인해 모두 파괴되었더라도 다시 자라날 수 있도록 이들 땅속 구조에 의존한다.





화재 이후 더 빨리 꽃 피는 불백합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주의 큰 사막에 흔한 오스트레일리아 그래스 트리(Xanthorrhoea 종)는 화재가 난 뒤에 꽃이 번창하도록 적응했다. 화재로 경쟁 초목이 없는 상태에서 씨앗이 풍부한 영양분을 품은 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몇몇 불 백합(fire lily) 종(Cyrtanthus 종)은 화재 뒤에만 꽃이 피는데, 자연적인 덤불 화재에 반응해 엄청나게 빨리 꽃이 피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중해 숲에서 여타의 소나무와 수많은 유칼립투스 종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돌 소나무(파니아 소나무 Pinus pinea)는 긴 왕관 같은 모양으로 자라는데 낮은 가지는 얼마 되지 않거나 아예 없어서 잎이나 중요한 성장 조직들이 아주 높은 불길만 닿을 수 있는 높이에 있다.


* 위 내용은 착한책가게에서 출간될 예정인 [일상적인 것의 생태학]의 본문에서 발췌, 번역한 것입니다.


    글 : 마크 에버라드

마크 에버라드 박사는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교(UWE 브리스톨) 생태계 서비스의 부교수이자 컨설턴트, 방송인이며 저술가이다. 수생과 습지로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에버라드 박사는 생태계와 사람들의 사회 경제적 행복의 상호 연관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유럽을 넘어 개발도상국(특히 인도/아시아 남부와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와 지구상의 여러 지역들로 그의 연구를 확장시켰다. 에버라드 박사의 미션은 이제 아주 많이 파괴된 자연 세계와 우리의 행동들과 정책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이해를 통해 우리 사회를 재건하는 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