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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기획 #마을 #아이디어 #지역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계획하는 전문가들은 하나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지역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역은 복잡하고, 모호하고, 불확실하고, 변덕스러워서 하나의 답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문제에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문제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문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복잡하고, 모호하고, 불확실하고, 변덕스러운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아이디어를 발명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계량화된 데이터의 정규분포곡선을 따라가는 효율성을 목적으로 한 ‘무엇은 무엇이다. 또는 무엇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로 정의되는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보다 흥미와 호기심, 실험을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 우연히 찾아올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다. 영감(아이디어)의 순간을 찾기 위해 사람들 속에서 매일매일 관찰하고 질문하고 통찰하면서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요구되는 물리적 기능과 감성적인 욕구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의 대표적 디자이너 하카켄야(Hara Kenya)교수의 “디자인은 단순히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눈과 귀를 활짝 열고 생활 속에서 새로운 의문을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라고 하는 말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를 분석하고 결과를 목표로 하는 합리적인 비즈니스사고와는 달리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불명확하고 복잡한 사회에서 사용자들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창의적인 사고이다. 이러한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 디자이너들은 분석하고 공감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명하고 발명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감성과 이성의 융합이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영감(inspiration) – 아이디어(ideation) – 실행(implementation)’의 세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것을 덧붙일 필요 없는 ‘지역의 발명’에 필요한 만큼이다. ‘영감’은 해결책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실행’은 지역에서 실현되는 일이다. 이 세개의 공간은 순서에 따라서 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겹쳐지고 순환되는 과정이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에서 요소(要素)라는 말 대신에 공간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명사가 아닌 일이 진행되어가는 동사적인 성격과 동시에 일을 해결하는 단일한 방식이 아니라 여러 개의 일이 수시로 일어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은 실험적, 모험적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그 여정은 반복적이고 비선형적이다. 주위의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워크숍에서 사용하는 ‘공감 – 문제정의 – 아이디어 찾기 – 시제품 만들기 – 평가하기’의 과정은 세개의 공간을 학습자를 위해 풀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공감’은 일반적인 기획워크숍과 디자인 씽킹 워크숍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의 시작이 되는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관찰과 공감이 필요하다. 관찰은 관찰을 주제로 한 글(지역의 발명 6)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주민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또는 하지 않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또는 하지 않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는 좋아하지 않는지’ 등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감각적으로 문제에 공감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다. 감각적이라는 말은 행동 이전에 몸이 먼저 무언가를 감지하고 다층적으로 느끼는 활동이다. 어떤 상황이 주민들에게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감은 다른 주민들의 눈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지역을 이해하고 감정을 빌려 내가 아닌 그 주민의 상황에서 문제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잠재된 욕구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는 확산과 수렴의 과정이다. 발견된 문제나 욕구를 풀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주민들로부터 나와야 하고 아이디어를 수렴해서 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 수렴을 위해서는 플러싱룰(plussing rule) 워크숍 등의 방식을 사용할 수 있고 워크숍에 참여한 주민들간의 신뢰와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의 발명 12 ‘칭찬이 발명을 깨운다’ 참고)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을 위해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을 처음 정의한 팀 브라운(Tim Brown)이 대표로 있는 이데오(IDEO)의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4가지 원칙 ‘판단은 뒤로 미루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장려하라’, ‘주제에 계속 집중하라’, ‘타인의 발상을 존중하라’를 참고할만하다. 지역에서는 수렴의 과정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아이디어로 결정할 수도 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이라는 포괄적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한 주민들이 ‘관계만들기’라는 최소한의 원칙만 지켜주면 자기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아이디어가 다음에 더 나은 아이디어로 발전되기도 하고 다른 아이디어와 합쳐질 수도 있다. 과정이 결과가 되는 일이다.
‘실행’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실행의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방법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여기에 주민 조직과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고려해야한다. 서두르지 않고 가지고 있는 역량만큼의 목표와 방법이 필요하다. 또 지역을 발명하는 일은 ‘호혜적 관계’로 만들어질 때 사업의 목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도움을 청하는 ‘부탁의 기술’을 사용하면 좋다. ‘부탁의 기술’은 사회적 자본, 네트워킹, 관대함을 연구하는 미시간대학교 웨인 베이커(Wayne Baker) 교수의 책 ‘나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못할까(ALL YOU HAVE TO DO IS ASK)’에 ‘빠른 시작 법’으로 나와 있는 방법이다.
‘실행’은 현재진행형이다. 지속적인 혁신의 과정이다. 실행과정에서의 주민들의 반응으로 탄력적으로 사업들을 개선해야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1969년에 발표한 논문 「The Science of the Artificial」에서 ‘기존의 상황을 더 바람직한 상황으로 바꾸기 위한 일련의 행동을 고안해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디자인을 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은 시민과 사용자의 참여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광고회사 BBDO의 창립자이자 ‘창조성 교육재단’을 창설한 오즈번 Ales F. Osborn의 ‘디자인을 위한 9가지 체크리스트’를 아이디어 발명에 참고하면 좋겠다.
이 글은 2022년 발행예정인 책 『지역의 발명(가제)』(착한책가게)에 대한 출간 전 연재 시리즈입니다.
글 : 이무열
관계로 우주의 풍요로움을 꿈꾸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에서 기울지 않은 정상적인 마케팅으로 이런저런 복잡한 관계를 설계하고 실천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