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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기후위기 #넷제로 #삶의전환 #에너지자립
양흥모 이사장은 환경운동에서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녹색전환활동을 실험하기 위해 에너지전환사회적협동조합 ‘해유’를 설립하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환경문제를 감시하고 해결하는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에서, 새로운 녹색문화와 경제를 만들어가는 녹색혁신가(Green Innovator)로 변신 중이다.
파리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과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등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확산과 국제사회와 정부의 대응이 본격화 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지역 사회와 주민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 하더라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호동넷제로공판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미호동넷제로공판장’은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복지위원회, 신성이앤에스㈜, 대전충남녹색연합,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렇게 5개 민관조직이 처음부터 같이 기획하고 협의해서 1년여에 걸쳐 준비했고, 2021년 5월 13일 개관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1층의 넷제로공판장에서는 제로웨이스트 상품들과 마을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고 2층 넷제로도서관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마을에너지전환교육과 넷제로 생활을 마을에서 준비하고 실천하는 주민모임 등이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마을 통장님들과 기존의 공판장을 넷제로공판장으로 바꿔 새롭게 운영하자고 제안하고 상의하는 일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생소하게 느끼고 어려워하셨죠.
그래서 ‘미호동마을넷제로디자인학교’를 열어서 주민들이 넷제로 생활을 경험하고 마을을 넷제로로 디자인해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글 쓰고, 요리하고, 이야기를 만들면서 마을에서의 넷제로를 상상했죠. 그리고 넷제로 간판이 달려 있다 보니까 주민들이 넷제로가 뭐냐고 묻고 답하면서 이제는 많은 분들이 넷제로를 이해하고 알고 계십니다. 지난 개관 행사에서 주민합창단이 마을넷제로송을 부를 때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미호동은 주민들이 넷제로를 노래하는 마을이에요.
개관 직전에 주민들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았어요. 예전 공판장처럼 라면, 소주, 막걸리 같은 주로 이용해왔던 물건들을 팔라는 요구를 하셨어요. 통장님들과 상의하고 ‘넷제로주민디자인학교’를 하면서 나름은 소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주민들께서는 소통이 안됐고 ‘넷제로공판장’이 문제라고 생각하신 거죠. 운영하며 풀어갈 문제로 남겨두었는데 잘못 생각했던 거예요. 정부에서나 마을이에서나 넷제로 실현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새삼 느꼈어요.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기존의 문화와 생활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서 될 문제가 아닌 거죠.
그래서 우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해서 주민 생필품 코너를 공판장 내 좋은 위치에 마련하고 주민들과 넷제로공판장 공동운영위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서 운영을 보고하고 안건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넷제로농산물장터’(프리마켓)을 같이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관계가 두터워지는 느낌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선 개관 전 마을자원조사를 위해서 주민들이 직접 설문 및 대면 인터뷰 조사를 진행했고 ‘넷제로주민디자인학교’를 열어 주민들과 넷제로공판장에서 함께 해야 할 일에 대해 소통을 했어요. 개관 이후 현재는 에너지전전해유와 주민복지위원회가 공동으로 공판장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공판장 운영과 기획을 논의하고 있죠. 넷제로그림자극(‘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모임과 그림 그리기 모임 등 두 개 동아리가 만들어져서 활동을 하고 있고 ‘넷제로농산물장터’(프리마켓)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활동을 통해 경험이 쌓이면 기획과 운영 역량도 높아지고 자치적인 활동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면 사업의 지속성과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교육을 위한 사전준비와 기획이 매우 중요하죠. 에너지전환해유도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어서 지역주민, 전문가와 같이 상의하고 기획했어요.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과 함께 사전에 지역주민 욕구를 조사하고 지역 상황에 맞춰서 ‘주민디자인학교’를 기획했습니다. 1차시, 2차시 점점 학교를 진행하면서 주민들 각자가 조금씩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고 주민들끼리도 소통될 수 있도록 ‘이렇게 하면 된다’ 라는 식의 강의보다는, 그림으로 넷제로 표현하기, 마을 노래 만들기, 채식 요리 해보기, 몸으로 표현하기, 마을 사진 찍기, 마을 이야기 작성 등 예술문화활동을 통해 즐겁게 내 생각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새로운 것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한 거죠. 마지막 시간이 유일한 강의였는데 정말 잘 이해하고 소화하셨어요.
새삼 깨달았죠. 새로운 일을 할 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와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요.
넷제로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것입니다. 목표이고 과정이죠. 중앙정부가 주도해서 하게 되면 넷제로 사회주의처럼 되겠죠.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요.
주민들이 스스로 시작하고 마을과 지역에서 모델을 만들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넷제로에서 에너지가 제일 큰 부분인데요,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이제 끝났어요. 지역에서 필요한 전력을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서 공급해야 하죠. 넷제로를 위한 먹거리, 쓰레기, 지역산업, 교통 등 새로운 변화와 행동이 가정과 마을, 지역에서 시작되어야 해요.
에너지전환해유의 핵심사업은 재생에너지 보급과 교육 등 에너지 전환 부분과 넷제로공판장 운영과 사업 등 제로웨이스트 부분인데요. 이 두 가지를 융합해서 사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에너지전환해유의 핵심 참여 그룹인 대전충남녹색연합의 환경운동과 에너지기업 신성이앤에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자와 디자이너, 공무원, 지역주민들과 같이 논의하면서 사업과 제품들을 개발 중에 있어요. 그래서 나온 새로운 것들이 기후채식캠핑, 넷제로농산물장터(프리마켓), 제로웨이스트 꾸러미, 정월대보름 꾸러미, 에너지전환마당극, 햇빛발전예금상품 등이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협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아주 극단적인 결합이죠. 공무원들은 자기가 주관하지 않으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거버넌스는 일만 많고 피곤하다고 생각하죠. 민간은 다양해요 주민들, 기업, 시민단체 등 입장과 요구가 다 달라요. 민관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결합만 해서는 좋은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봐요. 민과 관을 잘 연결하고 소통하고 코디하는 전문적인 역할이 필요하죠.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이에요. 서로에 입장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부터가 중요하죠. 이런 태도가 일의 반 이상이라고 봅니다. 협치 파트너로서 대덕구공무원들은 협치를 할 수 있는 이런 준비가 되었고 훌륭하다고 봅니다.
미호동을 영국의 토트네스와 같은 에너지자립마을로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예요 그리고 이 모델을 다른 마을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이 우리 에너지전환해유의 미션입니다. 넷제로마을을 파는 것, 우리 사업의 목적이고 꿈입니다.
넷제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나무심기나 태양광・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뜻하는 말이다.
이 글은 2021년 발행예정인 책 『지역의 발명(가제)』(착한책가게)에 대한 출간 전 연재 시리즈입니다
글 : 이무열
관계로 우주의 풍요로움을 꿈꾸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에서 기울지 않은 정상적인 마케팅으로 이런저런 복잡한 관계를 설계하고 실천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