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큐레이션 콘텐츠 커뮤니티

[ 지역의 발명 ⑦ ]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 Studio L 대표 인터뷰


이 글은 야마자키 료 Studio L 대표와 e메일을 통해 서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야마자키 료는 지역의 과제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돕는 일본의 유명 커뮤니티 디자이너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 최근 마을만들기와 공동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마을 #야마자키 료 #지역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 디자인


‘도시 재생 사업에 많은 주민이 참여하기 바란다면, 사업의 옳고 그름과 합리성, 경제성을 강조하기 전에 프로젝트의 ‘즐거움’이나 ‘아름다움’, ‘기분’, ‘맛’ 등을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쾌적한 삶이 도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도심부가 아니면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도시가 아니면 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터넷만 접속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커뮤니케이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 야마자키 료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일본 전 지역에서 다양한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 방법론과 사례를 엮은 『커뮤니티 디자인』과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라는 책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다.


/ 질문 : 이무열

/ 번역 : 이상준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자자키 료 Studio L 대표 ⓒ NaraYuko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자자키 료 Studio L 대표 ⓒ NaraYuko

Q. COVID-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커뮤니티 디자인은 COVID1-9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료 대표의 경험과 사례를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또 앞으로 커뮤니티 디자인은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사회기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코로나로 인해 커뮤니티 디자인의 워크숍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현재 전체의 60% 정도는 온라인 워크숍입니다. 나머지 40%는 감염 대책을 철저히 하면서 대면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의 진행 여부는 감염 상황에 대한 지역과 시기에 맞춰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워크숍을 개최한다고 하면 ‘온라인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를 배제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림 1]에 제시한 대로 대면워크숍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진행 시에는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했을 때 참여할 수 없는 것은, 방법을 모르는 고령자뿐입니다.


즉, 워크숍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의 종류가 늘어납니다. 온라인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방법을 가르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저희는 먼저 0번째 워크숍으로 ‘온라인 참여를 할 수 있는 사람만이 모이는 워크숍’을 개최합니다. [그림2]의 종이를 준비하여 제공합니다. 중앙에 자기 이름을 쓰고, 주위에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코로나의 방역 대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 을 적습니다. 그 중 온라인 워크숍 참가 방법을 모를 것 같은 사람의 이름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그러면 다섯 명 정도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2주 후, 제 1회 워크숍까지 다섯 명에게 연락해서, 우리는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비슷한 수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집에 찾아가서 온라인 툴의 사용법을 알려드려도 될까요? 라고 전합니다. 이렇게 자택에 가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을 통해서 방법을 설명하고,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이렇게 하면 다음 워크숍에 온라인 참여 인원이 증가합니다. 이렇게 온라인 참여가 가능한 사람 수를 늘리다 보면, 집에서 손자와 대화를 하다가 15시에 맞춰 온라인 다과회에 참여할 수 있는 할머니들을 늘릴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읽기 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앞으로 온라인 워크숍에 참여하거나 멀리 떨어진 가족, 친구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도 필수가 될 것입니다. 코로나는 그것을 단번에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온라인 커뮤니티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넓혀가는 것도 커뮤니티 디자인이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은 몇 년 전부터 오래된 원도심 지역을 재생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정부 주도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을 참여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역활성화 사업(초기)에 주민들이 참여를 하지 않는 이유와 주민참여를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뇌는 [시스템1]과 [시스템2]라고 하는 두 개의 시스템을 통해 작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행동 경제학에서 [시스템1]이라고 하는 것은, ‘귀엽다, 멋지다, 아름답다, 맛있다, 기쁘다’ 등의 감성적인 사고 회로입니다. 이 시스템은 예비지식이 없어도 판단할 수 있으며, 단시간에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인간은 우선 [시스템1]을 통해 ‘행동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 후 ‘옳다, 경제적이다, 모순이 없다, 합리적이다’ 등의 이성적인 회로로 행동을 할지 말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쪽은 판단을 위해 예비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판단에 시간도 필요합니다.


주민이 도시 재생 사업에 참여할지를 판단할 때, 우선 그것이 ‘즐거울지, 멋질지’를 판단한 뒤에 ‘올바를지, 합리적일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데 행정조직이 주민참여 워크숍을 기획할 때 ‘옳은지, 합리적인지’ 라는 [시스템2]의 요소만 내세워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주민이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옳은 것’ 이라는 것만으로 행동하는 사람의 비율은 10% 이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도시 재생 사업에 많은 주민이 참여하기 바란다면, 사업의 옳고 그름과 합리성, 경제성을 강조하기 전에 프로젝트의 ‘즐거움’이나 ‘아름다움’, ‘기분’, ‘맛’ 등을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워크숍이 얼마나 즐거울지, 세련되고 멋진 장소에서 개최되는지, 아주 맛있는 것이 준비되는지, 멋진 사람들이 참여할 것 같은지, 혹시 퍼실리테이터나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촌스럽지는 않은지. 그런 게 중요합니다.



Q. 야마자키 료 대표의 커뮤니티 디자인 활동을 보면 복지와의 연관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국도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라는 이름으로 지역복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디자인과 복지는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복지는 매우 옳은 일이죠. 즉, [시스템2]를 통해 진행되게 됩니다. 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옳은 일이죠. 그리고 합리적입니다. 증거에 기초해서 행동하고, 윤리관을 앞세웁니다. 건강 때문에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 지를 설명합니다. 병이 걸리면 얼마나 힘들지 알리고, 일을 할 수 없고 생활이 괴롭게 되는 것을 강조합니다. 보험이나 의료복지에 사용하는 예산과 나라 살림이나 보험 제도의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모두 옳은 이야기지만, 재미없는 정보입니다. [시스템2]에서 설명하고 있으므로 [시스템1]이 자극되지 않죠.


디자인은 [시스템1]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답고 즐거운 것, 맛있고, 기분 좋고 멋진 것, 귀여운 감정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나 복지가 디자인이나 예술과 협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커뮤니티도 활동하지 않습니다. 의식이 변하지 않고 행동도 바뀌지 않죠. 그래서 의료 복지에 커뮤니티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초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소멸 위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앞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험으로 한국의 지역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신다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코로나에 의해 사람들이 모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혹시 다음에 또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면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이 모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교훈입니다. 바이러스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과밀 현상은 피곤한 일입니다. 혼잡한 열차를 타게 되거나,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설 수 밖에 없죠.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식당의 자리가 좁고 테이블도 작고, 돌아간 집의 방도 좁고, 자기 방이 없기도 합니다. 정원은 꿈도 꾸기 어렵죠. 좁은 동네의 소리 때문에 소음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웃이 건물을 올려서 일조권 재판을 하게 되기도 하죠. 이런 것들은 모두 과밀로 인한 문제입니다. 주차장 값은 비싸고, 점심과 저녁 식사도 비쌉니다. 그런 곳에서 참고 일하다 보면 대기업이나 정부만 돈을 벌게 됩니다. 다 비싸니까 돈이 잘 돌고, 경제가 빠른 스피드로 순환하게 됩니다. 매상도 오르고, 세수도 증가하게 되죠. 즉, 생활하는 사람들은 좁은 주택이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안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기업이나 정부는 싱글벙글 웃으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이죠. 심지어 바이러스의 감염이 확대될 수도 있고요. 아주 효율적으로 돈을 뜯어내고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사람들만 계속 참아준다면.


한편, 코로나 상황을 통해서, 인터넷이 연결된 지역이라면 어느 정도 업무가 가능하게 되는 사회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눈치채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Stay Home 이라는 말을 1년 동안 들으면서,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가족과 보냈습니다. 나가지 못했지만 그다지 외롭지 않았습니다. 온라인으로 많은 친구들과 대화를 하거나, 채팅을 했고, ZOOM이 있었고, 클럽하우스도 생겼고, 유튜브도 있었습니다. 재차 생각해보면, 이 1년 동안은 집이 도심부에 있어도, 교외에 있어도, 산간이나 섬 지역에 있어도 별로 크게 상관없는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도심에 있어도 대부분 자택에서 생활하고, 외출한다고 해도 슈퍼마켓과 편의점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는 아마존으로 쇼핑을 하거나, SNS로 정보 교환을 했죠. 아마존 프라임이나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 유튜브로 정보를 얻거나 발신하거나 했습니다. 그런 삶이라면 사실 집세나 고정 자산에 들어가는 높은 비용을 내면서 도심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더구나 지방에서는 긴급사태에 대한 선포도 발령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 지역만 아직 긴급사태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의 다른 지방은 해제되어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도쿄 지역에 참으며 살고 있는데, 긴급 사태 선언마저 끝까지 해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이제 슬슬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쾌적한 삶이 도심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도심부가 아니면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도시가 아니면 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터넷만 접속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커뮤니케이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일본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로컬에 주목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위와 같은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의 생활이 필수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역에서 잘 사는 법은 어떤 것일까’ 라고 하는 아이디어가 자꾸자꾸 솟아날 것입니다. 워크숍을 해도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업이나 정부의 돈을 벌게 해주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꾸만 밀집시켜지고, 효율적으로 돈을 쓰게 하는 대도시라고 하는 장소를 거부하면, 풍부한 자연환경과 친구와의 깊은 커뮤니케이션을 모두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합니다.


Q. 한국에서는 청년들이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청년들의 커뮤니티 디자인(지역활성화) 활동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도쿄 등 대도시에서는 아직도 집세나 땅값이 비싸서 청년들에 의한 지역 활성화 활동이 생기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역에 더 많은 활동이 이뤄집니다. 빈집이 많고 임대료가 싸기 때문에 쉽게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낡은 주택을 개조해 민간 도서관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된 점포를 개장해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청년들이 지금의 자신들이 원하는 공간을 부담 없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전문 디자이너에게 비용을 지불해서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고, 동료들도 찾아내며 기술을 손에 넣고 있습니다. 동료와 기술을 손에 넣으면, 두 번째 세 번째 점포를 만들 때 도움이 됩니다. 돈을 지불하고, 전문가에게 맡기면 두 번째, 세 번째 모두 전문가에게 부탁해야 하죠. 그렇게 되면 돈이 생길 때까지 점포를 늘리기 어렵습니다. 그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점포를 늘리고, 동료를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필요 없어지면 가게 문을 닫는 것도 수월하죠. 이를 위해 과도한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없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가능한 건, 사실 선배들이 그 동안 주택이나 점포의 기반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성 세대나 기존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젊은이들이 그것을 활용해서 사업을 시작하고 필요에 따라 확대하거나 축소시키는 등 무리 없이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사례로는 ‘해피의 집’과 ‘모두의 도서관 산카쿠’ 등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 도쿄의 사례는 아닙니다.


*해피의 집 : 다세대가 모여 사는 공동 주거 모델 (홈페이지: https://helpmanjapan.com/article/8161)


*모두의 도서관 산카쿠(삼각) : 지역주민 참여형 도서관 (홈페이지: https://sancacu.com/)



Q. 기후위기가 지구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Community Design에 대한 야마자키 료 대표의 생각과 일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 위기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고려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행하는 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다양한 것을 배우게 되는데, 그 중에는 환경 문제도 포함됩니다. 지역의 미래를 생각할 때, 기후 변화 위기에 문제가 되는 아이디어는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푸드 마일리지나 자연 에너지의 활용, 단열 기능이 좋은 공간 조성 등을 의식해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워크숍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워크숍이라는 것은, 많은 주민이 참여해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내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배운 것과 이미 아는 것을 융합시켜 의견을 제시하는 장소’여야 합니다. 그래서 환경 문제나 기후 변화, 에너지와 식재료의 문제, 경제 격차, 인공지능이나 IoT 정보, 자동차 사고와 자동 운행 차량의 이야기, 여성이나 해외 이주민에 얽힌 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배우게 됩니다. 그것을 통해 지역의 미래에 대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워크숍의 아이디어가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대응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환경 이슈가 전면에 나오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말이죠.


일본에서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흥미로운 사례를 전개하고 있는 사람이나 조직이라면 에다히로 준코 씨의 행복경제사회 연구소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야마자키 료 대표의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예전부터 강조된 점이 주민과 주민 사이의 관계입니다. 커뮤니티 디자인의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에는 주민과 주민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성립되던 일들이 점점 산업화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사람들이 협력해서 하던 일이 어느새 산업이 되어버렸죠. 결혼식이나 장례식은 친척들과 지역 이웃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요리를 만들거나 잔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새 예식장이나 장례식장에 돈을 내고 하는 것들이 되었습니다. 집의 지붕 교체도 지역 사람들이 모여서 돌아가며 실시했는데, 이것도 어느새 기업이 돈을 받고 다시 짓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죠. 칼이 안들 면 숫돌에 갈았고, 그 방법은 친척이나 이웃에게 배웠습니다. 이제는 대신 새 칼을 사지만 말이죠.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이어 온 생활의 형태를, 기업이 서비스나 제품으로 만들어서 자꾸 돈으로 바꿔 온 것입니다. 그럼 사람들은 생활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돈이 없으면 먹고 살 수 없다’고 믿게 되죠. 사실은 ‘관계성이 있으면 먹고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돈을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세월을 100년 가까이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이웃과 서로 돕는 일들이 줄었고요. 다른 사람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를 누리며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그것을 성립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매일 일하지 않으면 안 되죠. 노동시간의 단축은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계속 그렇게 일을 해도 대지진과 같은 비상사태가 되면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또는, 고령이 되어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졌을 때, 자신을 돕거나 만나러 와 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물론 간호를 희망할 경우에 또 돈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죠.


일본이 전후에 세계에서 보기 드문 경제 성장을 이룬 배경이 바로 그런 사람들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훌륭하다고 칭찬 받기도 하지만, 관계를 의도적으로 단절시키고, 사람들 사이의 협력하며 해낸 일을 기업이 소비 활동으로 대체하게 만듦으로써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좀 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해도 되지 않을까요. 서로 돕는 것을 통해 돈을 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서로 서로 연결되어 활동하기 시작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즐거운 일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오락거리를 위해 기업에 돈을 지불하기보다는, 스스로 돈 들이지 않고 신나는 일을 찾아서 하면 됩니다. 명품을 구매하거나 쇼핑을 하는 대신, 가치관이 가까운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웃을 수 있는 활동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노동시간도 조금씩 줄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걱정도 덜 수 있습니다. 즐거운 노후도 상상해볼 수 있죠. ‘생활을 위해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고, 돈을 위해 인생의 즐거움을 줄인다’. 이 말은 즉, 자신의 생활을 위해 즐거움을 줄인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왠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생활을 위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관계를 충실히 하므로 인생도 즐거워진다’가 되는 편이 좋습니다. 문장 사이에 들어가는 단어가 ‘돈’이냐 ‘관계’냐에 따라 의미가 많이 달라지는 거죠.


그렇게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지역은 조금씩 활성화 될 것입니다. 지역 활성화에도 ‘돈’을 적용시키면 같은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돈을 버는 지역만들기’를 목표로 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생활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므로, 돈 버는 지역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돈 버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인생의 즐거움을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해야 한다’ 라는 것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만들어지는 생활의 영역을 넓히고, 서로 돕고 배우고 즐기면서, 동료와 친구와 이웃과 함께 보낸 역사를 공유하며,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Q. 한국에서는 작년부터 지역활동가들을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까? 사용하고 있다면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부르고 있습니까? 료 대표의 커뮤니티 디자이너와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본에서도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말을 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의미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역 밀착형으로 창조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사람으로 생각됩니다. 커뮤니티 아키텍트(지역 밀착형 건축가)도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로서, 지역 내에서의 활동을 통해 세계적 건축가로 발돋움하려는 태도를 가진 이들입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예술 영역에서의 작가나, 지역에서 발간되는 매거진, 지역 정보를 편집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 지역 특산물을 개발하거나 디자인 하는 사람도 로컬 크리에이터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밀착형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편 커뮤니티 디자이너는, 자기 자신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역할이 아닌 것이 특징입니다.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특산품을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공간을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고, 배우고,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특산품을 개발하거나,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합니다. 거기에 맞춰, 대화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조직화를 돕고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커뮤니티 디자이너이죠. 그래서 우리는 ‘작품집’을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만들지 않고, 구체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학교에 가깝죠. 교육을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서로 모여 배우고 성과를 내는 과정에 함께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활동을 정리한다고 하면, ‘작품집’이 아니라 ‘프로젝트집’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현재 ‘프로젝트집’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올해 안에 출판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일어와 영어를 병기한 두꺼운 책으로 정가는 1만 엔이 넘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무겁고 비싼 책이지만, 커뮤니티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우리의 경험을 잘 전달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Q. 한동안 한국에서 야마자키 대표의 활동 소식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끝으로 야마자키 대표가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와 활동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레 동기형과 비동기형의 워크숍 형태에 대해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림 3]에 게재했습니다만, 참가자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개최하는 것이 ‘동기형 대면 워크숍’이라고 한다면, 같은 시간에 온라인에 모여 개최하는 것이 ‘동기형 온라인 워크숍’입니다. 이 두 가지는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입니다만, 한편 같은 시간에 모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동영상을 보고, 원하는 시간에 의견을 다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비동기형 온라인 워크숍’입니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이슈를 전달하는 역할로서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여, 저도 작년 9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습니다.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매일매일 업로드하고 있어요. 커뮤니티 디자인 관한 것을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그림 3]의 왼쪽 아래에 ‘비동기형 대면 워크숍’이 있습니다. 특정 공간을 계속 개방형으로 열어두면,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에 방문해서 의견을 적는 것이죠. 이런 워크숍을 해본 적은 아직 없지만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어디선가 실현해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글은 2021년 발행예정인 책 『지역의 발명(가제)』(착한책가게)에 대한 출간 전 연재 시리즈입니다


    글 : 이무열

관계로 우주의 풍요로움을 꿈꾸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에서 기울지 않은 정상적인 마케팅으로 이런저런 복잡한 관계를 설계하고 실천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