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큐레이션 콘텐츠 커뮤니티
#뉴노멀 #마을 #상상 #아이디어 #커뮤니티
일을 계획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자기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활용해서 계획하는 폭포수방식이 있고, 다른 하나는 알고 있는 방식을 뒤집어 결론부터 내고 방법을 찾아가는 거슬러 오르는 방식이 있다. 보통은 습관에 따라서 익숙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 이러한 태도는 위험보다는 안전을 선택하려고 하기 때문인데,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링크드인(Linkedin) 이사회 의장인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은 “역설적이게도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안전하게 행동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행동 중 하나다.”라고 안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했던 방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뉴노멀을 세워가는 코로나19 전부터 알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 정부와 기업은 SF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계획을 세워가고 있었다. 2019년 프랑스 국방혁신청은 SF작가와 미래학자로 구성된 ‘레드팀’을 조직하고 대담한 가설을 상상해 제시하는 일을 맡기고 있고 나토 연합군사령부가 발행한 2016년 SF단편선집 『전쟁의 비전 2036』은 위성 탈취, 사이버테러, 드론 공격 등을 가정한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기업의 경우에는 30년 전 빌 게이츠(Bill Gates)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모든 생활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조정되는 집과 일을 계획했고, 아이폰을 설계한 디자이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 좀 앤더슨(톰 크루즈)이 특수장갑을 끼고 손동작으로 화면을 조작하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영화의 미술감독 알렉스 맥도웰(Alex McDowell)은 자동차 기업 포드를 위해서 ‘내일의 도시’라는 상상의 공간을 작업했다. 그는 이외에도 신용카드 비자(VISA)를 위해서 가상공간 ‘미래의 거실’을 설계해 목소리만으로 결제하는 공간을 그려주었다. 모두 트렌드, 기술의 변화를 분석한 뒤 가상의 스토리를 예측해서 SF 프로토 타입을 만든 계획을 넘은 계획의 프레임워크이다.
반면에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상상도 있다. 1600년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 세워진 건물 천장들보들이 썩어갈 때 학교 관계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참나무를 찾아서 들보를 갈아야 할 것인가를 상의하는 도중에, 건축 책임자가 350년 뒤에는 들보가 썩을 것에 대비해서 학교 특정지역에 심은 참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중요한 일을 시작할 때 그 일이 7세대 뒤 자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숙고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몇 세대를 뛰어넘는 생태적인 상상이다.
LAB2050의 이원재 소장은 소셜 픽션(Social Fiction)이라는 방식으로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찾아 해보자는 프로젝트를 사회혁신분야에서 처음 제안했다. 소셜 픽션(Social Fiction)의 첫 프로젝트인 소셜픽션@어린이대공원에서는 대형건물에 가려지고 시설이 노후화되어 시민들의 방문이 적어진 어린이대공원을 시민들의 상상으로 새롭게 발명해보자는 목적으로 시도되었다. 약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서 하루 동안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제안하는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그 상상들이 보고서로 작성되었다. 해외의 청소년(청년)들의 성장을 위한 스티키 스텝(Sticky Step)도 목표를 먼저 정한 후에 질문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서 실행해가는 워크숍이다.
커뮤니티 픽션(Community Fiction)은 주민들이 꿈꾸고 바라는 마을을 먼저 상상하고 그렇게 상상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거꾸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방안이다. 마을활성화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법규 때문에, 매뉴얼에 없어서, 해보지 않아서, 말도 안 된다는 평가 등으로 아이디어가 실행되지 못하거나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접어버리는 현실적인 조건과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커뮤니티 픽션(Community Fiction)이다.
먼저 (1) 주민들이 모여 10년 뒤 마을의 모습이나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마을을,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꿈꾸는 마을을 상상해도 좋다. 또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되어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놀이터나 학생들이 줄어들어 비어있는 학교 등 마을이 지금 필요한 주제를 정해서 어떻게 사용할지를 상상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상상해보자. 키 큰 나무 사이에 집이 있는 숲 속 마을,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시장이 있는 학교, 휴일에는 차가 안다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비어있는 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 모두의 가게도 있다. 누구나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고 가져다 놓는 가게. 도시 빌딩 숲 한가운데 마을 논은 어떨까? 여기서는 내가 꿈꾸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2) 꿈꾸는 마을은 이미지로 더 잘 상상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잡지책에서 내가 상상하는 마을을 오려 붙이는 방법도 있고 그림으로 그리거나 레고(LEGO)라는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또 글보다 그럴듯하게 이야기로 들려주는 게 더 좋다. 경험하지 못한 꿈꾸는 마을이 어떻게 설명만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3) 상상한 마을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 상상한 일들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내본다. 여기서는 약간의 제한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을 발휘해서 최소 3개의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먼저 찾아보는 등의 방법이다.
다음은 찾은 방법을 실행할 수 있게 준비할 것들을 작은 단위로 분류하고 차례대로 묶어내는 (4) 구체적인 계획을 정리하면 된다. (5) 실행해보고 (6) 실행한 것들을 돌아보고 다시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나선형의 순환을 이어간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꿈꾸고 상상하는 지역으로 향해가고 있는 마을을 발견할 수 있다. 또 함께 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또 다른 상상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꿈꾸는 만큼 지역이 발명된다.
이 글은 2021년 발행예정인 책 『지역의 발명(가제)』(착한책가게)에 대한 출간 전 연재 시리즈입니다.
글 : 이무열
관계로 우주의 풍요로움을 꿈꾸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에서 기울지 않은 정상적인 마케팅으로 이런저런 복잡한 관계를 설계하고 실천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