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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관계 #사회적 자본 #지역 #행복
“행복한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 행복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답을 하기 어렵다면 질문을 바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거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을 찾는 방법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나 반려동물과 보내는 시간처럼.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더 많은 소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득이 많아질수록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정말 소득이 늘어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비틀스는 “캔트 바이 미 러브(Can’t buy me love)”란 히트곡으로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노래한다. 비틀스가 노래할 때 많은 연구자들이 소득과 행복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해왔다. 심리학자 오이시 시게히로는 『행복을 과학하다』에서 애매한 행복에 대한 심리상태를 분석해서 돈과 행복감은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했다. 돈이 많다고 행복 지수가 높은 건 아니라는 거다. 연봉과 인생의 만족도를 연구한 이 조사에서 둘의 상관관계는 0.10~0.20 정도라는 게 결론이다. 연봉이 높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약간 더 행복한 정도다. 그러면서 오이시 시게히로는 물욕이 너무 강하면 인간은 행복해지기 힘들다고 했다.
행복에 대한 연구를 집대성한 『행복의 함정』이란 책이 있다. 일생을 행복 연구에 바치며 이 책을 쓴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국민 1인당 수입이 2만 6천 달러에 달하면 한 나라의 행복에 이르는 평균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으며, 어떤 나라에서도 소득은 행복의 주요 요소가 아니라고 한다. 특히 부유한 나라에서는 한계효용(소득이 늘어날 때 추가로 발생하는 만족감)이 낮기 때문에, 사람들은 행복을 경제적 이익으로 대신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신건강과 가족과 일터, 공동체에서 맺는 인간관계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2018년 한국을 방문한 레이어드 교수는 한국의 경우 지방에서 도시로 이주가 많아 공동체를 형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벨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에 따르면, 식(食)과 주(住)와 같은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면 그 이상의 수입이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는 정확한 근거 없이, 고소득을 행복을 위한 유일한 선택으로 강요받았다. 자기실현과 더 많은 소득 중에서, 앞선 시대는 자기실현보다는 소득을 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고 소득이 자기실현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정말 더 많은 소득이 자기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경험을 돌이켜보면 사람들은 더 많은 소득이 아니라 자기 생각이 지지 받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그 생각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리처드 레이어드는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8가지 요인을 ‘개인의 자유’, ‘개인의 가치관’, ‘가족관계’, ‘재정’, ‘일’, ‘공동체’, ‘친구’, ‘건강’이라고 결론지었다. 8가지 요인을 줄이면 자기실현과 관계의 실현이다.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고 인정받는 사이에 건강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자본, 관계자본, 문화자본, 신뢰자본, 돈으로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래서 지역에서의 활동 목적은 더 많은 소득이 아니라 더 믿을 수 있는 관계다. 성장이 멈춰도 나를 지지하는 사람과 함께 삶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새로운 풍요이고 행복이다.
다시 돌아가 “행복한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 의 질문에 답은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글은 2021년 발행예정인 책 『지역의 발명(가제)』(착한책가게)에 대한 출간 전 연재 시리즈입니다.
글 : 이무열
관계로 우주의 풍요로움을 꿈꾸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에서 기울지 않은 정상적인 마케팅으로 이런저런 복잡한 관계를 설계하고 실천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