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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를 맞닥뜨린 지구인을 위한 안내서 ① ]

기후위기, 어떻게 다가오고 있나(1)

: 기후위기의 시대, 오늘의 상황을 알려드립니다

**************************** 주요 내용 ***************************

∙ 온도 상승, 문제는 변화의 ‘속도’

∙ 조화로운 ‘홀로세’의 시대가 가고 인류세가 시작되다

∙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

∙ 티핑포인트가 왜 중요할까?

∙ 티핑포인트까지 남은 기간 8년

∙ 기후악당 국가라 불리는 한국,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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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글은 동영상의 내용과 동일합니다.

여러분은 기후변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대개는 기후변화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들어봤고 잘 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은 한 걸음만 더 들어가면 대체로 잘 모르겠고 아리송하다고들 털어놓습니다.

그럼 간단한 퀴즈를 한번 풀어보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다음 중 기후변화의 원인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지구의 공전궤도의 변화

2. 태양의 흑점의 변화

3. 화산 활동의 변화

4. 인간의 활동

 

정답은 ‘없다’입니다.

모두 다 기후변화의 원인입니다. 이 가운데 지구의 공전궤도나 화산 활동, 태양의 흑점, 이런 것들은 지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계속 있어온 활동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활동, 특히 화석 연료를 태우는 활동은 산업혁명 이후 200년 정도밖에 안 된 활동이고 지금도 가속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의 세 가지를 압도할 정도로 심각하게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하게는 인간의 활동, 특히 산업 활동을 중심으로 기후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지구온난화의 티핑포인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티핑포인트’ 라는 것은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다가 급가속을 하면서 빗장이 풀려버리는 지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몇 도 상승하면 티핑포인트라고 볼까요? 지금 과학자들은 1.5℃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산업혁명 이후에 평균 온도가 1℃가 상승을 했거든요. 0.5℃밖에 남아있지 않은 겁니다. 그럼 마지막 퀴즈입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체는 어디일까요?

1. 쌍용양회(시멘트 회사)

2. 에스오일(정유회사)

3. 남동발전(화력발전회사)

4. 삼성전자(반도체회사)

5. 포스코(제철회사)

 

정답은 포스코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업종들이 다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해오기도 했다는 점이죠.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러면 몸풀기를 했으니까 본격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투모로우> <설국열차> <마션> <인터스텔라>. 여러분이 보셨음 직한 영화들입니다. 많이들 보셨을 텐데 다 기후변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들입니다. 북미가 다 얼어붙거나, 지구가 얼어붙거나. 기후변화 때문에 살기가 더 어려워져서 화성으로 이주를 모색하거나 아니면 다른 은하계에서 생존처를 찾아보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영화 <설국열차>                                                                                                            영화<마션> 중에서

 

이런 식으로 할리우드 영화는 굉장히 그럼직하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게 실제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온도 상승, 문제는 변화의 ‘속도’

 

그런데 온난화 또는 기후변화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적당히 온난화가 됐기 때문에 인류가 지금 같은 문명을 이루어 살고 있는 것입니다. 또 지금 티핑포인트가 1.5℃라고 했는데 빙하기와 간빙기를 왔다 갔다 하면서 평균 온도가 8℃, 10℃ 정도 오르내렸습니다. 그러니까 티핑포인트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변화의 속도입니다. 몇 만 년 동안 3℃, 4℃가 변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100, 200년 사이에 1℃가 변하는 것은 큰일입니다. 체온이 1℃ 올라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굉장히 큰 타격이 있잖아요. 그래서 1℃, 2℃ 상승하는 것이 우리가 매일 매일의 날씨만 봐서는 모르지만 생태계에는 큰 충격을 주게 됩니다.

그리고 온도가 1만 2000년 전 정도부터 일정하게 유지됐거든요. 그래서 지금 같은 문명이 생겨났습니다. 대륙 빙하가 다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서 지금 같은 대륙의 모양이 갖춰졌고요. 그러다 보니까 비옥한 삼각주가 생겨서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금의 지질시대를 ‘신생대 제4기 충적세’라고 부릅니다. 충적 평야가 생겨난 시대라는 것이죠. 또 한편으로는 홀로세(Holocene Epoch) 또는 현세(現世)라고도 부릅니다.

 

 

‘홀로세’라는 것은 완전하다, 조화롭다라는 뜻입니다. 인류가 이렇게 문명을 이루고 살기에 딱 맞춤한 그런 기후가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조화로운 ‘홀로세’의 시대가 가고 인류세가 시작되다

 

그런데 이제 지질학자들이 더 이상 충적세 또는 홀로세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인류세’라고 이야기합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인류가 만든 지질시대라는 것이죠.

인류세의 흔적으로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있습니다. 세슘(cesium)이나 스트론튬(strontium) 같은 원소들은 1945년 7월 인류가 핵실험을 시작한 이래로 생겨난 원소들이죠.


 

또 다른 인류세의 흔적은 플라스틱입니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남아 있겠죠. 그리고 한반도를 집중 조사한 지질학자들은 닭 뼈가 엄청나게 발굴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우리가 닭을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거죠.


 

이렇게 지질시대는 생물종의 큰 변화를 기준으로 나누게 됩니다. 그러니까 특히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이렇게 봤을 때 생물종의 60% 또는 90% 가까이가 멸종했고 그럴 때마다 평균 온도가 2℃ 안팎으로 변했습니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

 

그래서 지질학자와 기후학자들은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활동이나 온실가스 농도 증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될 것이고 그것이 지질시대를 통틀어서 여섯 번째 대멸종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무섭지 않습니까?

 

 

여러분을 협박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계속 데이터를 모으고 모델링을 한 결과 나온 결론입니다. 그리고 빙하기, 간빙기라는 얘기를 했는데, 이런 식으로 오르내리면 지구는 어떤 평형상태로 돌아오는 능력이 있습니다. 너무 추워지면 따뜻해지고, 너무 더워지면 추워지고. 그런데 이 티핑포인트를 넘어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뜨거운 지구로 굴러 떨어진다는 게 과학자들의 예측입니다.

 

티핑포인트가 왜 중요할까?

 

티핑포인트에 대해 좀 더 살펴볼까요? 온실가스 농도만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면 새로운 일이 벌어집니다. 대표적으로는 남극과 북극이 얼음으로 덮여 있을 때는 거울처럼 태양빛을 반사하죠. 그런데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 어두운 바닷물로 바뀌면서 오히려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는 엄청난 메탄이 묻혀 있는데 빙하가 녹으면 메탄이 대기 중으로 풀려나죠. 메탄은 CO2에 비해서 온실효과를 20배 정도 더 일으키거든요. 그리고 바닷물 자체도 CO2를 굉장히 많이 용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김빠진 사이다라는 얘기를 하죠. 그러니까 얼음이 들어있는 탄산음료를 먹을 때는 시원하게 먹다가 얼음이 녹으면 급격하게 김이 빠져버리고 그런 식으로 바닷물에 녹아 있던 CO2도 풀려나게 되고 빙하도 그렇습니다.

 

 

살살살 녹는 게 아니라 과학자들은 찢어지면서 녹는다는 표현을 써요. 우리가 얼음이나 알사탕을 먹다가 어금니로 꽉 깨물면 표면적이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빨리 녹잖아요. 그런 식으로 과학자들도 모르는 새로운 현상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급가속하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티핑포인트가 중요한 것입니다.

 

티핑포인트까지 남은 기간 8년

 

이 티핑포인트에 이를 때까지 배출이 허용되는 탄소의 양을 탄소예산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창고나 지갑 같은 것이죠. 그런데 지금의 전망으로는 50%의 확률로 1.5℃ 티핑포인트까지 도달하는 데 8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대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면 8년이면 탄소예산을 다 써버리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유엔에서 이런 것들에 대한 책임을 공평하게 나누고 기후변화를 극복해야 된다는 게 논의됐고, 그래서 우리가 들어봤던 교토의정서 또는 파리 협정 같은 노력이 있었던 것이고요.

그리고 지금 온실가스를 어느 나라가 많이 배출하냐면 중국이 1등이고 미국이 2등이죠.

 

 

기후악당 국가라 불리는 한국,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은?

 

그런데 한국도 OECD 국가 중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빨리 늘어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기후악당 국가라고 불립니다. ‘아니,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1970년대 이후부터 한 거 아니에요. 너무 억울해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산업혁명 이후의 누적 배출량으로도 한국은 15위 정도이기 때문에 억울하다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자, 그러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결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배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게 석탄화력 발전, 가스, 석유로 굴러가는 자동차, 이런 것들이니까요.

이를 지구공학으로 줄일 수 없을까 하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지구공학이란 말하자면 지구를 대상으로 공학을 하는 건데요. 비행기로 화학물질을 살포해서 태양빛을 막는다든지 인공광합성을 하는 나무를 심는다든지 하는 것이 있습니다. CCS라고 탄소포집 저장이라는 것도 있는데 석탄화력 발전에서 나오는 CO2를 포집해서 깊은 바다나 동굴에 저장해서 격리하는 것입니다.

 

 

이게 한방에 해결하고 좋긴 하겠는데 문제는 이러한 정말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첨단과학이 언제 세계적으로 실용화될 수 있을지 알 수도 없고 비용이 얼마나 들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글 :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10년간 에너지 체제의 정의로운 전환과 에너지 민주주의를 연구했고 에너지 전환, 도시정치, 대중교통, 거버넌스의 민주화 등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를 알리는 교육과 탈성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정의로운 전환》 《기후위기와 탈핵》(공저) 《안토니오 그람시:옥중수고와 혁명의 순교자》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공역)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 《국가를 되찾자》 《GDP의 정치학》 등이 있다.